"한동훈 처벌해 본보기 삼아야"…故이선균 비보 정치화 논란 [이슈+]

입력 2024-01-01 14:04   수정 2024-01-01 14:05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이 숨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이 비보를 적극적으로 '정치화'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검찰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본보기로 처벌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정치권은 죽음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화' 논란의 불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댕겼다. 그는 장관 재임 시절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방지 강화를 위해 도입했다가 한동훈 법무부에서 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이선균이 숨진 지난 27일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선균의 자극적인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고 비판하는 취지였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남 일 같지 않다. 분노가 치민다"고 주장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자녀들의 입시 비리 혐의(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와 딸 장학금 부정 수수(뇌물수수),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이 이선균의 사망을 계기로 검찰과 언론에 화살을 겨눈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안과 상관도 없는 검찰을 끌어들여 본인이 마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피의사실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나섰다. 그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서 "이선균의 죽음에도 책임이 있다. 검사들의 습관적인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국회에서 공식화한 한동훈 전 장관을 고발했다"며 "제대로 처벌해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렇다면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들어간 '수사 상황 브리핑' 조항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는 다른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배우 이선균의 죽음을 추모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놓곤 "검찰의 과잉수사를 경찰도 따라 한다", "검사는 언론의 생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신이 정당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여론몰이·여론재판을 한다", "검사들이 대한민국의 최상층 권력 집단이 돼버린 나라", "검사 출신이 곧바로 대통령이 되고,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여당 대표가 되는 나라" 등 검찰을 맹비난했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9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지난 28일 "결국 갈 곳이 그곳밖에 없었나 보다. 홀로 버티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내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런데 결국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 나도 참 미안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야권 외곽에서도 공세를 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욕설 논란을 옹호했던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최근 몇 년간 도대체 몇 명이 수사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언론이 사람을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몰아가는 검찰과 경찰의 비인도적 수사 방식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한 박지훈씨는 "조국 가족에 대해 검찰과 언론이 지난 4년간 벌여온 행태가 이번엔 이선균을 제물로 축소판으로 반복된 것"이라고 했다. 친야 성향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옥에 우리가 산다"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연예인 마약 엄벌' 발언 보도를 갈무리해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소위 '개딸'들은 한술 더 떠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이선균을 보며 느꼈다. 우리 이장님(이재명)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한동훈의 무리한 마약 수사가 이태원 참사도 야기했고, 이선균도 죽인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선균 사건은 경찰이 수사했는데도,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찰이 죽인 것", "검찰과 기레기(기자 멸칭)의 완벽한 작업" 등 글이 인기를 얻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인천경찰청의 과잉수사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제보만으로 혐의를 공표하는 수사 자체가 적절한지 반성해야 한다. 동시에 언론은 과도한 보도를 쏟아내며 한 개인의 명예에 치명상을 가했다"면서도 "무엇보다 정치권은 죽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슬픈 사람은 유가족이고, 팬분들"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지난 2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민주당에서 뭐라고 했나. 검찰을 못 믿으니까 수사권을 경찰에게 주자고 했다"며 "그 경찰이 이런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않나. 그렇다면 입을 닫고 있어야 하는데 또다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 교수의 말처럼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마약 수사 역량이 대폭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검찰 조직을 줄이며 마약 담당 부서를 통폐합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강력부에서 마약 수사 부서를 없앴고,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흡수시켰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부터는 검찰은 '마약 밀수' 사건 중에서도 500만원 이상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지난해 4월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검찰의 마약 수사권을 박탈하고, 경찰에 그 권한을 집중시켰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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